큐티나눔

하나가 되는 공동체 구원의 감격과 거듭난 기쁨을 나누는 교회, 세상으로 파송 받은 삶을 감당하는 교회입니다

20251028(화) 이민자의 밭 모퉁이, 레위기 19;9-10,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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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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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기 19:9–10, 33–34

“너희가 너희 땅에서 곡물을 거둘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너는 그들을 위하여 버려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타국인이 너희와 함께 거류하여 너희 땅에 거할 때에 너희는 그를 학대하지 말고… 

너희와 함께 있는 타국인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 같이 여기며 

자기 같이 사랑하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객이 되었었느니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레위기 19:9–10, 33–34은 하나님 백성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거룩’을 실천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현실적인 말씀입니다. 

이 본문은 단지 예배나 제사 규례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삶의 방식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레위기 19장은 이스라엘 백성이 “나는 여호와다”라는 

하나님의 선언 아래 살아가는 삶의 윤리를 다룹니다. 

 

9–10절에서는 밭의 곡식을 거둘 때,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라고 명하십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농사 규정 같지만, 

그 안에는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백성들에게 모든 수확을 자신만을 위해 쓰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과 외국인(타국인)을 위해 남겨 두라고 명령하십니다. 

이것은 ‘자선’이 아니라 ‘정의’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하나님은 공동체 안에 약한 이들을 위한 공간과 몫을 마련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질서이며, 거룩의 표현입니다.

 

33–34절에서는 타국인을 대하는 태도를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타국인을 학대하지 말고, 

너희 중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여기며, 자신처럼 사랑하라”고 명하십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너희도 애굽 땅에서 객이 되었었느니라”라고 덧붙이십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과거를 기억하게 하십니다. 

자신들도 한때 낯선 땅에서 억압받던 이방인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하심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일깨우십니다. 

결국 타인을 사랑하는 일은 단순한 도덕적 선행이 아니라, 

하나님을 닮는 일이며, 구속의 기억에서 출발하는 신앙의 실천입니다.

 

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밭 모퉁이를 남긴다’는 말씀은 

단순히 물질적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씀이 아닙니다.

이 말씀은 ‘가진 사람만 베풀라’는 도덕적 요구가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라는 초대입니다.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은 종종 약자의 자리입니다.

언어의 벽, 문화의 차이, 불안정한 경제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남겨 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이 말씀의 진짜 의미가 드러납니다.

 

‘밭 모퉁이를 남겨둔다’는 것은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신앙의 행위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생계를 책임지신다는 믿음의 선언입니다.

수입의 크기가 아니라, 태도의 방향입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움켜쥐지 않고, 

그 안에서 작은 여백이라도 하나님께 내어드릴 때,

그 자리가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공간이 됩니다.

 

외국 땅에서 사는 우리에게 밭 모퉁이를 남긴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마음, 시간, 공감의 모퉁이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모퉁이는 경쟁과 불안 속에서도 

마음 한 구석에 누군가를 위한 공간을 남겨두는 것입니다.

우리보다 더 외로운 사람, 새로 온 사람, 

언어가 통하지 않아 힘든 사람을 향해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시간의 모퉁이는 하루의 피로함 속에서도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남겨두는 것입니다.

우리는 부자가 아닐지라도, 기도의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기도는 돈이 아니라 믿음으로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나눔입니다.

 

공감의 모퉁이는 우리도 약자이기에, 

다른 약자의 아픔을 이해하는 자리에서

동정이 아니라 공감으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때, 

그 자리가 곧 치유의 자리가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크기를 보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여백을 보십니다.

그 여백이 곧 믿음의 크기입니다.

 

우리가 남겨 둔 모퉁이는, 

우리의 부족함 속에서도 하나님이 일하실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민자의 삶은 늘 치열하지만,

밭 모퉁이를 남긴다는 것은 물질적 여유가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공동체를 향한 열린 마음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이렇게 고백하는 삶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우리의 힘으로 살아내지 않겠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인생의 주인이십니다.”

 

밭 모퉁이를 남긴다는 것은 약자의 삶 속에서도 

믿음의 주도권을 하나님께 드리는 일입니다.

그 순간, 가난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 특권의 자리가 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의 여백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채워가십니다.

 

밭 모퉁이를 남기는 믿음,

그것은 이방 땅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초대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여백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그 여백이 곧 하나님의 나라가 자라나는 자리입니다.